시 · 좋은글

수국 / 이 민재

초로기2 2023. 6. 27. 09:12

 

 

 

 

 

수국 / 이문재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 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가 부풀어 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