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 이 해인

 

 

 

 

 

 

 

바닷가에서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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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맨발로

바닷가를 거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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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한번은 하느님의 통곡으로

한번은 당신의 울음으로 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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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피곤하고

기댈 데가 없는 섬이라고

우리가 한번씩 푸념할 적 마다

쓸쓸함의 해초도

더 깊이 자라는 걸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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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이 들어오며 하는 말

감당 못할 열정으로

삶을 끌어 안아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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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물이 나가면서 하는 말

놓아버릴 욕심들은

미루지 말고 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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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모래 위에 엎질러 놓은

많은 말을 다 전할순 없어도

마음에 출렁이는 푸른 그리움은

당신께 선물로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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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우리 모두

슬픔이 없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로

춤추며 물새를 만나는 꿈을 꾸며

큰 바다를 번쩍 들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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