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가을 오후 / 도 종환

초로기2 2023. 10. 20. 07:58

 

 

 

가을 오후 

 

 

도 종환

 

 

 

고개를 넘어오니
가을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흙 빛 산벗나무 이파리를 따서
골짜기물에 던지며
서 있었다.

미리 연락이라도 하고 오지
그랬느냐는 내 말에
가을은 시든 국화빛 얼굴을 하고
입가로만 살짝 웃었다.

웃는 낯빛이 쓸쓸하여
풍경은 안단테 안단테로 울고
나는 가만히 가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서늘해진 손으로 내 볼을 만지다
내 품에 머리를 기대오는
가을의 어깨 위에
나는 들고 있던 겉옷을
덮어주었다.

쓸쓸해지면 마음이 선해진다는 걸
나도 알고 가을도 알고 있었다
늦은 가을 오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