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이름을 지운다 / 허 형만

초로기2 2024. 1. 15. 22:19

 

 

 

 

 

 

 

 

 

 

이름을 지운다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 대로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뵈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해지는데

언젠가는 누군가도 오늘 나처럼

나의 이름을 지우겠지

그 사람, 나의 전화번호도

함께 지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