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1723

초로기2 2024. 1. 19. 21:36

 

 

 

 

 

 

물의 길 

 

 

정연복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간다

낮은 데서

더 낮은 데로 흘러간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곳에서는

한동안

숨 고르며 머무른다.

내가 찰 만큼 찼다 싶으면

허리띠 얼른 동여매고

다시 또 낮은 데를 찾아

기쁘게 흘러간다.

낮아지니까

끊임없이 낮아지니까

마침내 평화의 바다에

다다른다.

겸손하고도 굳센

물의 길

끝없이 깊이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