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이른봄의 시 / 천 양희

초로기2 2024. 2. 26. 08:39

 

 

 

 

 

 

 

이른 봄의 시

 

 

천양희​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 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은 안개를 길어 올린다

바위 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나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까르르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