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낙화 / 이 형기
초로기2
2024. 5. 25. 08:00
낙화
이 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 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