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열매 / 오 세영

초로기2 2024. 7. 4. 10:06

 

 

 

 

열매

 

 

 

 오세영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

둥글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글다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질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덥썩, 한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