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먼길 / 이재무

초로기2 2024. 7. 14. 09:15

 

 

 

 

먼길

 

이 재무

 

 

이 세상 가장 먼 길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나로부터 너무 멀리 걸어왔다

내가 나로부터 멀어지는 동안
몸속 유숙하는 그 많은,
허황한 것들로
때로 황홀했고 때로 괴로웠다



어느 날 문득 내가

내게로 돌아가는 날
길의 초입에 서서 나는 또,
태어나 처음 둥지를 떠나는 새처럼


분홍빛 설레임과 푸른 두려움으로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하고 괜시리
주먹 폈다 쥐었다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