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좋은글

장마 / 김 사인

초로기2 2024. 7. 18. 08:26

 

 

장마

 

김 사인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

긴 긴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