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에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넣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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