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오 세영
덩그라니 좌초된
해안의 빈 목선(木船) 같구나.
잎 진 산등성에 서 있는 나목 한 그루,
다시 올 봄을 기다려
먼 허공을 아득히 바라고 있다.
겨울 산은 썰물 진 바다,
봄 되어
개펄에 잔잔히 밀물이 들면
산 능선 작은 파도, 큰 파도 일어
온 산 초록 물 벙벙히 들까.
내린 돛 활짝 펴 하늘을 날까?
물 난 백사장의 외로운 소라같이
한 계절 봄 꿈 꾸는
나목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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