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오 세영

 

 

 

덩그라니 좌초된
해안의 빈 목선(木船) 같구나.


잎 진 산등성에 서 있는 나목 한 그루,
다시 올 봄을 기다려
먼 허공을 아득히 바라고 있다.


겨울 산은 썰물 진 바다,
봄 되어

개펄에 잔잔히 밀물이 들면


산 능선 작은 파도, 큰 파도 일어
온 산 초록 물 벙벙히 들까.


내린 돛 활짝 펴 하늘을 날까?
물 난 백사장의 외로운 소라같이


한 계절 봄 꿈 꾸는
나목 한 그루.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소원 / 안 도현  (10) 2023.12.03
오래된 가을 / 천 양희  (4) 2023.12.02
가을도 저물 무렵 / 나태주  (15) 2023.11.21
아침 / 이 해인  (7) 2023.11.20
나이 / 김 재진  (8) 2023.11.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