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보련산 자락에서 알려지지 않은 야생차 서식지가 있었다.

18년 전 매월당 대표 오동섭 다인이 차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근처를 헤매다가 만학동 계곡에서 차밭을 만났는데 알고 보니

김시습 소설 <만복사저포기>의 무대가 되는 보련사 터였다.

절은 오래전에 폐사지가 되었고 차나무가 그 역사를 지키고 있었다.

신라말 실상사를 비롯한 구산선문의 선사들에 의해 뿌려진

차 문화의 명맥을 되살리기 위해 터전을 매촌마을로 옮기고

야생차를 채취하여 옛 방식대로 볶고 말리는 과정으로 덩이차를 만들었다.

보드라운 찻잎은 자연의 햇빛과 바람, 빗줄기가 키워내지만

찻잔에 우려진 오묘한 빛깔과 향기는 다인의 손끝에서 완성된다.

오동섭 다인은 불을 다루는 손끝의 감각을 터득하기 위해

수많은 날을 달아오른 가마솥 앞에서 보내며 탐구했다.

약초를 캐 팔아 생계를 유지하면서 덩이차의 제다법을 복원하기 위해

찻잎은 물론 온갖 초목의 줄기, 뿌리, 꽃송이를 덖으며 경험을 쌓았다.

일생일다(一生日茶), 오직 차 하나면 된다는 뜻을 세우고 살아온 세월이

향기가 코를 찌른다는 고려단차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들어버린 차문화의 정신을 다시 일깨우기 위해

지리산 옛사람들의 억새집을 짓고 매월당이란 당호를 걸었다.

평생을 방외거사로 걸림 없는 삶을 살며 초암에서 차를 즐겼던

매월당 김시습의 탈속한 모습을 흠모했기 때문이다.

지리산의 추위와 강설을 견디기 위해 두툼하게 쌓아 올린 매월당 초암은

그 모습만으로도 지리산의 세월과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 글 이 형권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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