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먹은 나뭇잎

 

이생진



나뭇잎이
벌레 먹어서 예쁘다


귀족의 손처럼 상처 하나없이 매끈한 것은
어쩐지 배풀 줄 모르는 손 같아서 밉다.


떡갈나뭇잎에 벌레구멍이 뚫려서
그 구멍으로 하늘이 보이는 것은 예쁘다


상처가 나서 예쁘다는 것은 잘 못인 줄 안다
그러나 남을 먹여가며 살았다는 흔적은
별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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