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꽃씨 

 

 

이해인 

 

 

 

엄마가 꽃씨를 받아

하얀 봉투에 넣어

편지 대신 보내던 날

이미 나의 마음엔

꽃밭 하나가 생겼습니다

 

흙 속에서 꽃씨를 묻고

나의 기다림도 익어서 터질 무렵

마침내 나의 뜨락엔

환한 얼굴들이 웃으며

나를 불러 세웠습니다

 

연분홍 접시꽃

진분홍 분꽃

빨간 봉숭아꽃

꽃들은 저마다

할 이야기가 많은 듯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그리 바삐 사느냐고

핀잔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보내준

꽃씨에서 탄생한 꽃들이 질 무렵

나는 다시 꽃씨를 받아

벗들에게 선물로 주겠습니다

 

꽃씨의 돌고 도는 여행처럼

사랑 또한 돌고 도는 것임을

엄마의 마음으로 알아듣고

꽃물이 든 기도를 바치면서

한 그루 꽃나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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