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아련히

 

                     조 병화



이제,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인생의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다림은 먼 소식처럼 아련해지며

맑게 보다 맑게
가볍게 보다 가볍게
엷게 보다 엷게
부담 없이 보다 부담 없이
스쳐 가는 바람처럼 가물가물하여라

긴 생애가 기다리는 세월
기다리면서 기다리던 것을 보내며
기다리던 것을 보내면 다시 기다리며
다시 기다리던 것을 다시 보내면
다시 또다시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어라. 하면서
이 인생의 겨울 저녁 노을
노을이 차가워라

기다릴 것도 없이 기다려지는 거
기다려져도 아련한 이 기다림
노을진 겨울이거늘

아, 사랑아

인생이 이러한 것이어라.
기다림이 이러한 것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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