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청소부 김씨


길을 쓸다가


간밤 떨어져내린 꽃잎 쓸다가


우두커니 서 있다


빗자루 세워두고, 빗자루처럼,


제 몸에 화르르 꽃물 드는 줄도 모르고


불타는 영산홍에 취해서 취해서

그가 쓸어낼 수 있는 건


바람보다도 적다

 

 


(나희덕·시인,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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