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첫눈
정호승
마지막 첫눈을 기다린다
플라타너스 한그루 옷을 벗고 서 있는
커피전문점 흐린 창가에 앉아
모든 기다림을 기다리지 않기로 하고
마지막 첫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이제 기다린다고 해서 첫눈은 내리지 않는다
내가 첫눈이 되어 내려야 한다
첫눈으로 내려야 할 가난한 사람들이
배고파 걸어가는 저 거리에
내가 첫눈이 되어 펑펑 쏟아져야 한다
오늘도 서울역까지 혼자 걸었다
돌아오는 길에 명동성당의 종소리가 들렸다
땅에는 저녁별들이 눈물이 되어 굴러다니고
내가 소유한 모든 것을 버릴 수 없어
나는 오늘도 그의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별들이 첫눈으로 내린다
가장 빛날 때가 가장 침묵할 때이던 별들이
드디어 마지막 첫눈으로 내린다
커피전문점 어두운 창가에 앉아
다시 찾아올 성지를 기다리며
첫눈으로 내리는 흰 별들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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