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夕陽)

                                이 외수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누군가 그림자 지는 풍경 속에

배 한 척을 띄우고

복받치는 울음 삼키며

뼛가루를 뿌리고 있다

살아있는 날들은

무엇을 증오하고 무엇을 사랑하랴

나도 언젠가는 서산 머리 불타는 놀 속에

영혼을 눕히리니

가슴에 못다 한 말들이 남아있어

더러는 저녁 강에 잘디잔 물 비늘로

되살아나서

안타까이 그대 이름 불러도

알지 못하리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이별 끝에 저 하늘도 놀이 지나니

이 세상에 저물지 않는 것이

어디 있으랴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빈 의자  (0) 2011.11.30
거울속에 내가 / 이 해인  (0) 2011.11.26
커피를 마실땐 / 용 혜원  (0) 2011.11.25
짧은삶에 긴여운이 되도록살자  (0) 2011.11.23
늙은 아내에게  (0) 2011.11.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