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을 보며

 

 

신 경림

 

그 많던 꿈이 다 상처가 되었을 게다

여름 겨울 없이 가지를 흔들던 세찬 바람도

밤이면 찾아와 온몸을 간질이던 자디잔 별들도

세월이 가면서 다 상처로 남았을 게다

뒤틀린 가지와 갈라진 몸통이

꽃보다도 또 열매보다도 더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은

그래서인데

내 몸의 상처들은

왜 이리도 흉하고 추하기만 할까

잠시도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떠돌게 하던

감미로운 눈발이며

밤새 함께 새소리에 젖어 강가를 돌던

애달픈 달빛도 있었고

찬란한 꿈 또한 있었건만

내게도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행나무 / 곽 재구  (7) 2024.11.20
만추 / 노 천명  (8) 2024.11.19
단풍 / 정 연복  (12) 2024.11.13
가을은 짧아서 / 박 노해  (6) 2024.11.12
어느 대나무의 고백 / 복효근  (8) 2024.11.0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