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풍에 간다면
이형권
초사흘 달빛이
부끄럽게
입맞춤을 허락한다는
청풍에 간다면
필시 전생에
어느 나루터에 두고 온
남색 저고리 같은 강물을
만날 것도 같은데
산마루를 넘어온 흰 구름이
미루나무 끝을 스치고 가듯
그대의 귀밑머리를 쓸어 올리며
서러운 이야기를
풀어 놓을 것도 같은데
살구꽃이 지는 봄밤
불현듯 찾아낸 기억처럼
연분홍 설화지에 써 내려간 연서가
바람결에 실려 올 것도 같은데
청금석 같은 저녁 하늘가
홍방울새가 울고
호수에 붉게 스미는 노을
흔들리는 나룻배의 이물에 앉아
그대가 불러주는 이별가에
다시 귀를 적실 것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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