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연가 

 

 

이해인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나무 / 도 종환  (8) 2024.01.09
노을 / 김 용택  (12) 2024.01.08
참새 / 정 호승  (9) 2024.01.05
겨울의 노래 / 나 태주  (18) 2024.01.04
신년시 / 조병화  (13) 2024.01.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