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기쁨에게

 

- 정 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 에게


귤 값을 깍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때
가마니 한 장 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연  (0) 2013.06.06
    청춘  (0) 2013.06.04
    동해바다  (0) 2013.05.30
    그리운 바다  (0) 2013.05.30
    민들레꽃  (0) 2013.05.2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