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도종환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고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 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 무상 흘러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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