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서 / 고 정희

 

 

 

 

 

 

 

강가에서 

 

 

 

고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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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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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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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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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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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흐르는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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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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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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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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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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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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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강 건너 빈 집에 불이 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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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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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틈에 매어놓은 목란배 한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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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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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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