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신경림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뒤돌아본다.
푸섶길의 가없음을 배우고
저녁노을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새소리의 기쁨을 비로소 안 한 해를.

비탈길을 터벅거리며 뒤돌아본다.
저물녘 내게 몰아쳐온 이 바람,
무엇인가, 송두리째 나를 흔들어놓는

 

이 폭풍 이 비바람은 무엇인가, 
눈도 귀도 멀게 하는, 해도 달도 
멎게 만드는 이것은 무엇인가. 

자리에 누워 뒤돌아본다. 
만나는 일의 설레임을 알고 
마주 보는 일의 뜨거움을 알고 
헤어지는 일의 아픔을 처음 안 한 해를.

 

꿈속에서 다시 뒤돌아본다.
삶의 뜻을 또 새로 본 이 한 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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