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리 염전

 

 

조현석

 

여기는 늘 여름이다. 소식도 없이 살다가

소식없이 증발했던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훈훈한 바람 속에서 속삭이는 곳

 

증발한 당신이 부재중인

쓸쓸한 저녁식사

심심한 화제에 없어서는 안 될

양념이 되어

남아 있는 우리 곁으로

되돌아오는 곳

 

화장터에서 빻은 뼈의 기쁨과 슬픔이

깊은 산 중턱에서 혹은 강물에 실려

넓고 깊은 바다를 떠돌다

바위투성이인 생활의 해안에

부딪는 파도로 떼지어 몰려와

못다한 슬픔과 기쁨이 그리워

한없이 그리워서, 뜨거운

여러 계단의 염전 바닥을 윤회하여

멍든 한 풀어

한 줌의 소금으로 재생하는 곳

 

여기서는 땀 흘리며 사는

신기루 같은 생활의 아침이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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