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바다

 

이 형권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길길이 해송들 사이
산발하고 울부짖는 미친 눈보라송이
등 돌린 물결처럼 사랑은 젖고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열평쯤 남은 수평선 너머
연사흘 눈은 내리고
외롭지 않게 흔들리고 싶은 가슴
온몸 가득 무릎 끓고 연사흘 불어오는 바람
바윗돌 마다 눈을 뜨고 죽어가는 푸른 목숨들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빈 마을 어귀로 속병 앓는 불빛이 돌아오고
해안으로 기어오르는 바다 울음소리
물 썬 개펄 위에 해초들과 누워
먼 곳으로 보내는 신호처럼 내 곁에 일렁이고
지금도 칠산 바다에 가면
열린 눈물같이 침몰해 가는 겨울
숨어 있는 눈빛으로 입맞춤하는
길길이 해송들 사이 산발하고 울부짖는 바람소리
연사흘 펑펑 눈은 내리고 바다 울음소리
지금도 칠산바다에 가면
갈매기 발가락 도장처럼 슬픈
모래와 살을 섞는 취한 사내들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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