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초꽃
이 형권
내 마음의 유월은
망초꽃이 피는 계절
먼산에서 뻐꾸기 느리게 울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자리에
지천으로 망초꽃이 핀다.
무너지고 부서지고
사랑이 머물다 간
폐허 위에 피는 꽃
유월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망초꽃을 따라 흘렀다.
산모퉁이 옛 절터였을 것이다.
쓰러진 농가의 마당이었을 것이다.
어두워져가던 저녁 강변이었을것이다.
망초꽃이 핀 자리는
향기도 없이 허전한 이야기만 가득하다.
해산령 너머
오랑캐들이 떼죽음 당했다는 파로호 골짜기
적막한 산중에 뻐꾸기 울고
망초꽃이 피어서 서글퍼지는 날
망초꽃을 찾아 떠도는 나그네 몇이
그리움처럼 머물다 간다.
파로호에서 2013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