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락장송
정 호승
낙락장송에 눈 내린다
가까이 있는 산이 멀리 보인다
강가에서 강물소리도 듣지 못하던
솔숲에서 솔바람소리도 듣지 못하던
내 가슴에 하늘의 물소리가 들린다
인생에게 너무 눈치를 살피며 살아왔구나
내 짐승 같은 사랑도 더러움이 아니구나
꽃이 피었다가 지는 대로 지듯이
눈이 쌓였다가 녹는 대로 녹듯이
열심히 사는 대로 죽어야겠구나
낙락장송에 쉬지 않고 눈 내린다
바람에 낙락장송이 흰눈을 휘날린다
멀리 있는 산이 가까이 보인다
뿌리를 휘감고 도는 하늘의 물소리가 들린다
인생은 눈치를 보기에는 너무 길었으나
사랑하기에는 너무 짧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