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얼음 

 

박남준

옷을 껴입듯 한겹 또 한겹

추위가 더할수록 얼음의 두께가 깊어지는 것은

버들치며 송사리 품 안에 숨 쉬는 것들을

따뜻하게 키우고 싶기 때문이다

 

철모르는 돌팔매로부터

겁 많은 물고기들을

두 눈 동그란 것들을

놀라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얼음이 맑고 반짝이는 것은

그 아래 작고 여린 것들이

푸른빛을 잃지 않고

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겨울 모진 것

그래도 견딜 만한 것은

제 몸의 온기란 온기 세상에 다 전하고

스스로 차디찬 알몸의 몸이 되어버린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쫓기고 내몰린 것들을 껴안고 눈물 지어본 이들은 알 것이다

햇살 아래 녹아내린 얼음의 투명한 눈물자위를

아 몸을 다 바쳐서 피워내는 사랑이라니

그 빛나는 것이라니.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산 / 안 상학  (0) 2025.02.20
봄을 맞는 자세 2 / 이 정하  (8) 2025.02.17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 종해  (9) 2025.02.14
2월 시 / 오 세영  (9) 2025.02.12
우리가 눈발 이라면 / 안 도현  (15) 2025.01.3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