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양광모
9월과 11월 사이에
당신이 있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천진한 웃음 지으며 종일토록 거니는
흰 구름 속에
아직은 녹색이 창창한 나뭇잎 사이
저 홀로 먼저 얼굴 붉어진
단풍잎 속에
이윽고 인적 끊긴 공원 벤치 위
맑은 눈물처럼 떨어져 내리는
마른 낙엽 속에
잘 찾아오시라 새벽 창가에 밝혀 놓은
작은 촛불의 파르르 떨리는
불꽃 그림자 속에
아침이면 어느 순간에나 문득 찾아와
터질 듯 가슴 한껏 부풀려 놓으며
살랑 살랑거리는 바람의 속삭임 속에
9월과 11월 사이에
언제나 가을 같은 당신이 있네
언제나 당신 같은 가을이 있네
신이시여,
이 여인의 숨결 멈출 때까지
나 10월에 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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