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에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 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가을 ,서쪽 / 김 용택 (10) | 2024.08.27 |
---|---|
저문 외길에서 / 박 남준 (12) | 2024.08.24 |
꽃의 결심 / 류 시화 (15) | 2024.08.17 |
한여름 아침 / 이 해인 (11) | 2024.08.16 |
8월의 소망 / 오 광수 (10) | 2024.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