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문태준

얻어온 개가 울타리 아래 땅그늘을 파댔다
짐승이 집에 맞지 않는다 싶어 낮에 다른 집에 주었다


볕에 널어두었던 고추를 걷고 양철로 덮었는데
밤이 되니 이슬이 졌다

 

방충망으로는 여치와 풀벌레가
딱 붙어서 문설주처럼 꿈적대지 않는다


가을이 오는가,

삽짝까지 심어둔 옥수숫대에 그림자가 깊다


갈색으로 말라가는 옥수수수염을 타고 들어간 바람이
이빨을 꼭 깨물고 빠져나온다


가을이 오는가,

감나무는 감을 달고 이파리 까칠하다


나무에게도 제 몸 빚어 자식을 낳는 일 그런 성싶다
지게가 집 쪽으로 받쳐 있으면 집을 떠메고 간다기에


달 점점 차가워지는 밤 지게를 산 쪽으로 받친다
이름은 모르나 귀 익은 산새소리 알은체 별처럼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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