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연밭

 

                 이 석래

 

헤집은 더께인 양 얼기설기 쑥대밭인 양

뻐드러진 각선미 비쩍 말라 꺾인 허리

화려한 시절 다 보낸 노인 주름 닮았다

 

물속에 발목 담가 젖은 발 씻던 개구리

연 줄기 물길 이은 꽃가지 그들이던

갈라진 뻘 틈사이로 연향 돋아 오르리

 

눈 감고 그려보면 심장 깊이 드나들던

코끝에 휘감기는 향에 취한 나그네도

연잎 새 봉긋이 솟은 화엄 미소 그리워

 

한때의 그늘보다 열매 가득 품은 향기

제 할일 마침표 찍고 선정에 들고서는

스스로 다 놓았다는 듯, 허공에 몸 맡긴다

 

 

 

 

 


 

Sunshine on My Shoulders-John Den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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