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아래에서 *
서 정윤
가슴이 따스한 나무가
언덕 위에 서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나도 나무가 되어 설 날이 있을까
해가 져
쓸쓸한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그냥 웃고 있다.
나는 아직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온몸을 떨며 소리지르는
풀이다.
이젠 누구의 눈길도 바라지 않고
이름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냥 아무 곳에나 자라는 풀일 뿐
그래도 살아
꽃피울 수 있고
겨울 어느 바람에
노래부르며 홀씨들을 날리기도 하는,
나무 아래에서
하잘 것없는 풀로 끝나는 삶이다.
하나의 사랑에 만족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