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빗방울들

 

나희덕



빗방울
빗방울들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는 해  (0) 2012.08.25
세월이 가는 소리  (0) 2012.08.23
늙은거미  (0) 2012.08.21
여름한철  (0) 2012.08.21
바람꽃은 시들지않는다  (0) 2012.08.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