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한철

 

도 종환

 

동백나무 묵은 잎 위에

새 잎이 돋는 동안

아침 창가에서 시를 읽었다

난초잎이 가리키는 서쪽 산 너머


지는 해를 바라보며

바로 세우지 못한 나랏일에 마음 흐렸다

백작약 뿌리를 다려 먹으며

견디는 여름 한철

작달비 내리다 그친 뒤에도

오랜 해직 생활에 찾아온 병은

떠날 줄을 몰랐다

여름밤 깊고 깊어 근심도 깊은데

먼 마을의 등불도 흔들리다 이울고

띠구름 속에 떴다 지는 까마득한 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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