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김 재 진

 

 

돌아서면 까먹고 이제 늙었나 봐

불 위에 얹어놓은 냄비 졸아붙었다며

한탄하는 아내의 그 한 마디에 어머니 생각합니다

적어놓지 않으면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고

언젠가부터 난초 향기조차 느낄 수 없다시며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그렇게

후각이 없어지더라고 혼잣말 하시는 어머니

연휴 때 세상 떠나면 차가 막혀

아이들 내려올 때 불편할지 모른다고

걱정하시던 아버지 돌아가신 뒤

어머니 기대어 계시던 먼 산 바라보며 옛날 생각합니다

자식에게 폐 끼치지 않고 세상 떠나겠다며

병원 가시는 것도 거절한 채 단명斷命하신

아버지 생각하며 어머니 생각합니다

가을이 온 산의 잎들을 물들이거나

마당에 봄볕이 고양이 같이 따사로울 때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어

고즈너기 미소 띠며 세상에 나서 그렇듯

사랑했던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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