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 돌아가는 길

 

박노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Carmelo Zappulla-Untanu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리꽃  (0) 2011.12.26
한순간 머물다 떠나는 사랑  (0) 2011.12.26
얼마나 더 가야 그리움이 보일까  (0) 2011.12.24
묵언  (0) 2011.12.23
  (0) 2011.12.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