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의자

 

   문 태 준

 

 

   걀쭉한 목을 늘어뜨리고 해바라기가 서 있는 아침이었다

 

   그 곁 누가 갖다놓은 침묵인가 나무 의자가 앉아있다

 

   해바라기 얼굴에는 수천 개의 눈동자가 박혀 있다

 

   태양의 궤적을 쫓던 해바라기의 눈빛이 제 뿌리 쪽을 향해 있다

 

   나무 의자엔 길고 검은 적막이 이슬처럼 축축하다

 

   공중에 얼비치는 야윈 빛의 얼굴

 

   누구인가?

 

   나는 손바닥으로 눈을 지그시 쓸어내린다

 

   가을이었다

 

   맨 처음 만난 가을이었다

 

   함께 살자 했다

 

Donna Fargo

 

 

'시 ·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 편지 / 곽 재구  (0) 2011.12.03
12읠의 엽서  (0) 2011.12.01
거울속에 내가 / 이 해인  (0) 2011.11.26
놀 / 이 외수  (0) 2011.11.26
커피를 마실땐 / 용 혜원  (0) 2011.11.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