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는 죽을 때 단 한번 운다

 

김 재진

 


해바라기처럼 햇볕 쬐고 있는 사람들
앉아서도 지팡이에 의지하는
내 어머니 닮은 꽃들

하루을 살더라도
돈 한번 원 없이 써보고 갔으면, 하는
주머니가 빈 사람들
가진것이 없어 불행하다고 믿는
마음도 몸도 다 가난한 사람들

차가운 물 위를 떠다니다
양지 쪽에 올라앉아 깃털 다듬는
백조가 되지 못한 미운 오리새끼들

오리걸음으로 걸어왔던
내 인생의 뻐근한 성적표
물 속에 감춘 채 드러내지 않는 백조의 발이
온종일 미소 지어야 하는
도우미같이 아프다.

앉아서 죽는 것도 마땅치 않아 선사는
거꾸로 선 채 세상을 벗어나는데
차가운 발 감춰놓고
백조는 죽을때 단 한번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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