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엽서    

 

윤성택

 

 

눈을 밟고 돌아서서

떠난 사람의 자리

허공에서 덜어낸 무게를

천천히 만지고 있습니다.

가만히 어루만지듯

조금 더 녹는 눈

 

 

나무들이

두 손 들고 하늘을 향하면

그런 저녁 깃든

별들은 누군가 생각 속에서

알전구를 매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카페 안을

구부정한 가로등이

무심히 들여다 보는 밤

종소리가 조그맣고

빨갛게 이어지는 밤

 

타닥타닥

달아오른

장작 난로처럼

추억 어디엔가

발그레한 볼이

손끝에 닿습니다.

 

눈 위의 발자국이

모두 돌아간 새벽에도

눈 위에

남는 사람이 있습니다.

 

 

흰 눈이 더 내리면

별의 체온으로

새벽까지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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