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1         

 

정 양

 

흐린 하늘 밑
들 건너 마을이 자꾸 멀어 보인다
눈에 묻힌 길은 아예 잃어버렸다
들판을 무작정 가로지른다
발목이 아무 데나 푹푹 빠진다

잃어버린 길 위에 까마귀 떼
까마귀 떼도 길을 잃었나보다
어디로 날아가지도 않고
눈밭에 우두커니들 서 있거나
느릿느릿 서성거린다

길이 보여도 길을
잃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고
길이란 잃어버리려고 있는 거라고
구구구구 두런거리며 눈 덮인 들판을
조금씩 비껴주는 까마귀 떼

들끓는 검은 피에 취하여
차라리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눈길을 여는 까마귀를 따라간다
또 눈이 오려는지
먼 마을 연기가 낮게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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