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이면       

 

박노해 

 

입춘이면 몸을 앓는다

잔설 깔린 산처럼 모로 누워

은미한 떨림을 듣는다

 

먼 데서 바람이 바뀌어 불고

눈발이 눈물로 녹아내리고

언 겨울 품에서 무언가 나오고

 

산 것과 죽은 것이

창호지처럼 얇구나

 

떨어져 자리를 지키는 씨앗처럼

아픈 몸 웅크려 햇빛 쪼이며

오늘은 가만히 숨만 쉬어도 좋았다

 

언 발로 걸어오는 봄 기척

은미한 발자국 소리 들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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